빗물펌프장 참사, 사람보다 기계가 중요했다

지난 7월 31일 발생한 서울 목동 빗물펌프장 사고로 세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경찰 수사를 통해 이 사고가 전형적인 인재였음이 드러나고 있는데요. 특히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관리 책임이 있는 서울시·양천구는 인명 사고를 막을 기회가 여러 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단계에서도 제대로 된 재난방지를 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이 참사가 황당한 후진국형 안전사고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호우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하 저류시설 점검을 위해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 두 명을 수로로 들여보낸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또한 양천구청 관계자가 현대건설에 위험 상황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수로에 작업자가 있는데도 2분 뒤부터 수문을 개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입니다.

지금까지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처럼 위험한 작업을 지시하면서 매뉴얼 등 제대로 된 안전대책도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황당한 것은 작업자들이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일한 탈출구인 방수문을 닫아버린 일인데요.

현대건설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은 방수문을 서둘러 닫은 데 대해 ‘전기제어실 기계에 이상이 생길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습니다. 사람의 목숨보다 기계가 더 중요했다는 것이어서 더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대기업 하청업체 노동자의 목숨값이 기계 한 대보다 못한 세상에서, 죽어도 죽어도 멈추지 않는 죽음의 행렬.. 살기 위해 일하다 죽음으로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세상은 언제쯤이나 가능할까요?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중에는 미얀마에서 온 스물네 살 청년 이주노동자 쇠 린 마웅 씨도 있었습니다. 작년 12월 11일,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와 동갑내기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말도 잘 안 통하는 낯선 이국땅에 홀로 고단한 몸을 맡겨야 했던 한 젊은이가 품고 왔을 꿈과 견뎌냈을 삶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도 갖출 수 없었던 잔인한 세상이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임을 그의 죽은 몸뚱이는 말없이 증언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이 죽음 앞에서조차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지 못한다면, 헬조선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운명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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